마비노기 이리아 대륙.
막 정신없이 유물들이 너저분하게 널려 있고 뭐 개연성도 없고 이게 뭐야 이러고 옛날에 불평을 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부터인가 이리아 대륙의 비밀의 실마리를 잡은 적이 있었다.
2007년 10월 20일.
기루랑 뭐 재밌는 거 할 거 없나 이거저거 기웃거리다가 탐험 퀘스트 안 하던거나 해 보자 싶어서 우연히 하게 된 [거대 새의 전설] 퀘스트.
인간 5레벨 필수 퀘스트인 거대 석상의 조사를 하게 되면 각 문양에는 위인, 신관, 혹은 전사 석상이 있고 그들이 가리키는 방향을 찾아 가면 다음 문양이 나오는 식으로 문양들이 유기적으로 짜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것 뿐... 으로 넘어갈 뿐인데, [마지막 석상을 찾아서] 퀘스트를 하다 보면 사막의 문양에서 카루 숲의 문양인 나무 문양으로 이어지는데, 그 문양의 석상들은 전부 파손되어 있어 다음 문양을 알 수가 없게 되어 있다.
[마법으로 숨겨진 석상] 퀘스트 중에는 그 카루 숲의 나무 문양의 멀쩡한 석상이 마법으로 숨겨져 있으며, 그 마법으로 숨겨진 신관(인지 전사인지 위인인지 아리까리하다...) 석상을 찾아내어 따라가면 카루 숲 남쪽의 새 문양으로 이어지게 된다.
새 문양에 있는 전사 석상이 가리키는 곳으로 찾아오게 되면 바로 이 새 석상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당시에 이게 워낙 충격적이라, 겨울방학 내내 매드무비를 만들 공부를 하게 만들었던 바로 그 사건이다.
결국 못 만들고 끝났지만!! 여름엔 만들 수 있을까...
당시엔 아직 레네스 지역이 없을 때였다. (작년 10월)
이리아의 컨텐츠가 빈약하다 빈약하다 했었는데 웬걸. 파고 들수록 이렇게 멋진 내용이 많은 것이었다.
그리고 이 사건이 지금의 검은 여우 길드를 있게 해 준 사건이기도 했다.
당시 검은 여우 길드원이 나와 기루밖에 없었는데.. (길드채팅은 그냥 간이 메신저였다.)
저 방대한 내용들을 둘이서 조사하기도 벅차고 또 요게 워낙 멋진 스토리라 우리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싶어서 우리가 직접 개최한 이벤트인 검은 여우 퀘스트를 시작했던 것이다.
http://www.mabinogi.com/C2/post.asp?id=A0X0X96350X15X2바로 이 때의 이벤트가 그것.
약간의 오리지널 스토리를 가미해서 유저들이 자연스럽게 이 이리아 대륙 유적의 수수께끼에 도전하고 풀어나가도록 만들었던 이벤트였고, 이걸 끝까지 통과했던 사람들이 지금의 검은 여우 길드원들이다.
당시 사용되었던 스토리의 끝맺음 부근에 나왔던- 이리아에 존재하는 [거신병] 석상.
카루 숲, 메이즈 평원 유적의 보스 룸에 존재하는 고대 문명의 산물.
아직까지 데브캣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설정의 결과물이기도 한데, 마치 글라스 기브넨과 흡사한 거신병 네 기가 보스룸의 동서남북에 쇠사슬로 각각 묶여 있다.
크로우 크루아흐조차 이리아 대륙에서 기원했으니 글라스 기브넨과 이리아의 어떤 연동을 확인할 수도 있지 않을까.
정작 마구 지나치는 보스룸이라 잘 몰랐지만, 곳곳에 이런 숨은 장치가 존재한다는 것을 눈치채고, 알아나간다는 건 실로 즐거운 일이었다.
날개를 펼친 새.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밤에 각각 다른 색으로 빛나는 각 문양의 석상들, 벽에 갖힌 새, 얼굴이 바뀌는 석상 등 마나 터널을 제외한 이리아의 모든 유물은 이웨카, 즉 '마나'의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닌 단지 일출, 그리고 절대적인 시간에 영향을 받아 움직인다는 것이다.
위의 스샷과 비교해 보면 밤이 되면 벽에 갖힌 새의 표면에 빛나는 문양이 떠오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낮이 되면 사라지는...
게다가 그 형체는 마치 새가 문을 열고 서서히 나오고 있는듯한 그런 형체.
거대 새의 전설을 수행할 때 함께 주는 책자에는 거대 새가 깨어나는 날 라노 지역에 커다란 재앙이 덮쳐온다는 암시가 되어 있는 구절이 있다.
일련의 추론 과정.
거대 새의 전설과 유적들의 유기적인 배치의 관계는 정말이지 권태기에 빠져 있엇던 마비노기에 대한 흥미를
확 당겨 주는 사건이었다.
필드 곳곳에 흩어져 있는 기둥들 역시, 단지 그냥 있는 게 아니라 문양과 문양 사이를 잇는 이정표, 혹은 가상의 선을 나타내는 역할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서 문제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켈라 베이스 캠프의 위치였다.
각종 문양의 시작점이나, 기둥들이 켈라 베이스 캠프를 향해 뻗어 나온 직선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그렇다면 켈라 베이스 캠프 역시 캠프가 세워지기 전에는 어떤 문양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결론이 나온다.
최초의 개척자들은 켈라 베이스 캠프를 세우면서 여기에 있던 문양을 훼손시켰고, 그 결과 라노 지역의 문양과 석상들 간의 유기적인 연결과 봉인에 의해 묶여 있던 거대 새가 약화된 봉인을 서서히 열고 나온다는 것이다.
거울 마녀는 인간들을 '이리니드가 뿌린 재앙의 씨앗'이라고 말한다.
어떠한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신이 나서 다른 탐험 퀘스트들도 막 해보기 시작했다.
문양의 순서, 그리고 각 기둥의 종류와 그 의미.
그리고 문양들의 순차적인 의미...
그런 궁금증들이 차례로 드러났다.
잠깐 밀렵꾼 기루니즈의 만행을 한 컷.
멸종위기라잖아 임마!!!!
기둥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해, 구름, 비가 각각 그려졌거나, 조합되어 있거나, 다 그려져 있거나 말이다.
그것도 또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싶어서 검은 여우 길드 전부를 동원해 조사를 한 적이 있다.
집념의 당시 검은 여우 길드원들의 데이터 수집 명령에 대한 레포트들(...)
그리하여 완성된 이리아의 기둥 지도.
자세히 보면 문양과 문양 사이를 잇고 있는 기둥들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가상의 선.
....당시쯤 했었던 학살의 겨울 소녀 이벤트.
일렬로 걸어오는 버팔로를 일렬로 학살하며 나아가는 계란계란 양(13세).(..)
그리고 이후 또다시 모험에 활기를 불어넣어준 충격의 퀘스트.
[성스러운 잔에 물 채우기] 퀘스트에서 준 한 권의 책자, 성스러운 잔의 서.
라노의 바다 위로 천 개의 죽은 눈동자가 떠올랐다.
우연히 발견하게 된 퀘스트(이리아의 비밀에 관련된 퀘스트는 대부분 퀘스트 도전 제한시간이 없는데 이 퀘스트는 유독 있었다.)였는데, 그 나눠준 책에 이런 눈이 번쩍 뜨이는 글귀가 있었던 것이다.
두둥.
뒷 페이지는 각 색깔별의 버섯 거미의 독주머니를 찾아 수집하면 한 페이지씩 열리는 타입의 책이다.
그래서 바로 부랴 부랴 뛰어 보았다.
새, 뱀, 나무, 양, 사람, 꽃, 그리고 태양.
각 문양의 연결 순서대로 나열된 구절.
그리고 최초 이리아 문명을 이룩했던 선민 종족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와 그 멸망에 대한 묘사.
하늘에서 거대한 물체(운석?)이 떨어져 내리고, -혹은 바다에서부터 날아온- 그 물체로부터 스며 나온 독을 인해 무유 사막이 탄생하여, 광활한 라노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사막과 산맥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떠나간 선민 종족.
지금까지의 그 어떤 문헌보다도 자세하게 라노 지역의 수수께끼에 대해 명확하게 다가가고 있는 그런 문헌이었다.
이것이 바로 그 퀘스트로 얻게 되는 물이 든 성스러운 잔.
라노와 콘누스를 잇는 퀘스트인 물의 정령의 샘과는 다른 것으로, 제법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퀘스트인 것이다.
욕망의 란란.(....)
이것으로 얼추 라노 지역에 대한 수수께끼에 대해 데브캣이 만들어 둔 컨텐츠는 대충 끝이 난다.
지금까지 계속 해서 추가되고 있는 이리아 지역에 대한 드래곤의 기사 메인스토리 등은 아직까지 이 내용을 명쾌하게 풀어 주지는 못하고 있다.
거대 새, 고대 종족. 사실 따지고 보면 이후 등장한 이리니드는 어떻게 보면 라노 지역의 이 설화들과 별 접점이 없다는 것이다.
여튼간에 탐사 길드 검은 여우의 탐험은 계속되고 있다.
숨겨진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
그것이야말로 최초의 검은 여우의 인연을 있게 햇던 동기였으니까.
이리아 대륙의 신비로운 이야기가 언젠가는 그 베일을 모두 벗게 될 날을 기다린다.